“지나가는 길에 / 오래묵어 나이 많이 잡수신 느티나무를 만나거든 / 무조건 그 나무를 향해 경배할 일이다” 안도현의 시 ‘산이나 들판으로 소풍을 가면’ 중 일부 싯구절이다. 시 속의 그 나무는 아니나 속리산에는 ‘오래 묵어 나이 많이 잡수신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그 중 한 나무는 안도현의 시를 들추지 않더라도 길을 지나던 많은 사람들이 알아서 다가가 발걸음을 멈춘다. ‘천연기념물 제103호 정이품송’그것이다. 일찍이 조선의 왕과 연을 맺어 장관이 된 지체 높은 소나무다.
세조(1455~1468)가 속리산 법주사에 행차할 때 이 나무를 지나는데, 연이 걸리지 않도록 가지를 들어 올렸다는 신통한 이야기. 세조가 타고 가던 연이 나뭇가지에 걸릴 것을 염려해 “연이 나뭇가지에 걸린다!” 소리치자 일어난 이야기다. 초자연적 현상을 목도한 세조는 즉시 가마를 세워 나무에 정이품의 벼슬을 내렸고, 감투에 감복했는지 나무는 또다시 초자연적 힘을 발휘한다. 세조가 법주사에 머물다 돌아갈 때 비를 내려 쉬어가게 했다는 이야기다.
기실 전설이란 초자연적인 것이다. 거기에 사실여부를 따지면 바보가 된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 그러면 다음 얘기도 재미없어진다. 은행나무도 아니고 자웅동체 소나무인 정이품송은 정부인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352호 서원리 소나무다. 자태가 여성스러워 점지한 부인이다. 나이는 정이품송 600살, 정부인 소나무 600살 동갑내기다. 사람의 왕래가 잦으니 정이품송이 있는 곳은 사랑채, 정부인은 인적 드문 산골짝 서원리에서 지내고 있으니 안채라 할 수 있다. 안채는 사랑채에서 직선거리 4km 남쪽, 물 좋고 경치 좋은 양지바른 곳이다.
그 생김새만 보아도 귀하디귀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속리산의 두 소나무. 바깥일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정이품송은 병들어 아프다. 안채의 소나무는 젊기도 하지만, 산 좋고 물 좋고, 인적 드문 데서 살아 그런지 건강하다. 아픈 남편의 씨를 받아 후손을 잉태하니 더욱 귀하디귀한 나무다. 속리산에 가거든 두 나무의 숨결을 느껴보라! 수 백 년 묵은 고목을 마주하며 그 내력 쫒아보면 전통문화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 17-3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