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나 인터넷 쇼핑이 일상이 된 지금, 고소한 냄새가 나는 좁은 시장 골목을 보호자 손잡고 걷던 어린 날이 문득 떠오른다. 밝게 인사하며 호객 행위를 하는 시끌벅적한 시장통이 그리워지는 날, 정이 가득한 70년대의 재래시장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강화 교동 대룡시장을 소개한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당시, 황해도 연백 마을의 주민들이 전쟁을 피해 도망 온 강화도. 곧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피난민들은 영영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실향민이 되어 떠돌던 사람들은 고향에 있는 시장인 ‘연백장’을 그대로 본 따 강화도에 대룡시장을 만들었다. 골목 곳곳에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과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대룡시장은 실향민의 안타까운 사연을 담고 있다.
대룡시장의 시장길에는 곳곳에서 벽화를 만날 수 있다. 70년대를 재연하기 위한 여러 소품들은 사진을 찍기 딱 좋은 포토존을 만들어준다. 재현을 위해 일부러 촌스러운 느낌을 낸 포스터들과 간판들은 요즘 감성과 맞물려 묘하게 ‘힙’하게 느껴진다. 벽화로 그려진 옛날 영화 포스터는 해당 영화를 알고 있다면 신선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레트로한 감성을 가진 대룡시장의 가게들은 경험해 보지 못한 과거까지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한다. 오줌을 싸서 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간 아이, 뻥튀기 기계 앞에서 뻥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등 옛날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벽화들과 이발관, 다방, 방앗간 같은 예스러운 가게들은 관광객들을 추억에 젖게 만든다. 대룡시장이 유명세를 치르면서 새로 생겨난 가게들도 근처의 노포들과 어우러지는 레트로 스타일로 가게 문을 열었다.
청정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대룡시장과 그 일대는 귀제비, 제비, 갈색제비가 매년 찾아온다. 매년 3~10월 달이면 제비들이 대룡시장 전깃줄에 옹기종기 앉아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대룡시장의 상징이 된 제비는 여기저기서 모형으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의 모습이 더욱 궁금해지는 대룡시장을 걷다 보면 어느새 나의 어린 시절 추억도 같이 뒤따라 걷는다. 시장의 인심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 강화 교동 대룡시장에서 시간을 돌려보면 어떨까.
〇 위치 :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교동남로 35 (대룡리)